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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차이밍량 행자 연작] 디자인 - 스튜디오 신신
2024-07-12 00:00:00Hits 1,580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



10편의 연작 영화를 한 권의 책으로 엮어내는 도전

Q1. 디자이너로서 '신신'은 2021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에 수여하는 골든레터상을 수상할 정도로 알려져있습니다. 평소 작업 제안이 많을텐데요. ‘차이밍량 - 행자 연작’ 책 디자인 제안은 어떤점이 흥미롭게 느껴지셨나요?

질문처럼 작업 제안이 엄청 많지는 않습니다. 아직까지도 저희 두 명(신해옥, 신동혁)이 인현진 디자이너의 도움을 받아서 무리없이 전체 프로젝트를 진행할만한 정도거든요. 다만, 다양한 성격의 책을 의뢰받는 것은 사실입니다. 글, 사진, 작품 이미지 등 다양한 재료를 바탕으로 적절한 포맷의 책으로 작업해 달라는 의뢰에 화답하고 있습니다. 이번 차이밍량 감독님의 책 작업도 영화 연작을 한 권의 책으로 엮어내야 한다는 과제가 도전의식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영상 작업을 주축으로 다양한 속성의 글이라는 재료들을 책으로 압축해서 보여준다는 것은 반드시 실패할 수 밖에 없는 작업입니다. 그렇지만 유의미한 실패를 할 수는 있을 것 같다는 판단 하에 책 작업을 즐겁게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움직임과 사운드가 누락된 책 이라는 형식 속에서 주제의식을 드러내기

Q2. 단행본 '차이밍량 - 행자 연작' 책 디자인에서 가장 중점을 둔 지점과 가치는 무엇인가요?

일단 여러 영상 작품을 책이라는 (사운드와 움직임이 누락된) 제한된 포맷 안에서 감독님의 주제의식을 드러내면서도 새로운 감상으로 이끄는 것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그래서 영상물에 친화적인 가로형 판형을 설정해 3가지 언어의 텍스트를 무리없이 담아내고, 그 정중앙을 가상의 소실점으로 삼았습니다. 이는 표지 안쪽에서도 보여지듯이 감독님의 시선(눈)을 암시하며, 연작의 다양한 질감이나 구도 색감 등을 한 데 엮어내기 위한 실용적인 도구였습니다.

이강생 배우가 지면의 정중앙에 배치되며 만들어낸 다양한 이미지들이 리듬감을 만들어 냅니다. 그리고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와중에 작품의 제목이자 서예 작품이 잠시 (시선의) 숨을 고르게도 합니다.

그리고 행자 연작에서 제일 중요한 요소들을 책 부속품으로 은유하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면, 이강생 배우가 입었던 붉은색 승려복은 제본실과 제목 등의 강조 텍스트를 위한 주요 색상으로 활용되었고, 걸음이라는 신체에 기반한 행위의 단위는 목차나 텍스트의 간격 등을 드러내는 추상적인 선(그래픽)들로 재해석 했습니다.


추상적 사고를 실용적 물질로 구현하기

Q3. 차이밍량 감독님이 책이 아름답다고 극찬을 했습니다. 예술을 다루는 아티스트의 작업을 디자인으로 표현하는데 있어 도전은 무엇일까요?

참으로 감사한 말씀입니다. 그런데, 단순히 아름다운 책을 만들고자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작품을 관통하고 있는 추상적인 사고(아이디어)가 실용적이면서도 오래 보아도 질리지 않는 물건이 되도록 적절한 선택들을 통해 책으로 수렴하는 것이 (저희에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책이라는 매체가 다른 매체보다 오래 보관되고 남는다는 점을 상기하며 보관이 쉽고, 시간이 흐른 뒤 보아도 질리지 않는 적절한 마무리가 그래서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더 나아가 이유가 불분명한 포장이 너무 화려하다면 내용을 왜곡하고 가리기 십상이기에, 이 부분 역시 주의하려고 노력합니다. 정리하자면, 보이지 않는 차원(편집 구조나 책의 구성을 통해 드러나는 주제의식)을 실용적이고 보이며 만져지는 차원(양산되는 제품으로서의 물건)으로서 억지스럽지 않게 마무리 짓는 것이 늘 도달하고싶은 목표입니다.

생각과 마음이 전달되고 공명을 불어 일으키는 일

Q4. 책을 만들고 디자인하는 일의 아름다움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책이라는 매체는 내용의 구조나 흐름을 파악해 적절한 인터페이스를 고민하는 추상적인 판단에서부터 적절한 종이의 두께나 평활도 제본 방식을 제한된 예산 안에서 마무리 지어야 하는 일입니다. 이 과정에서 디자이너는 추상적 사고에서부터 행정적이고 현실적인 판단까지 다양하게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 일련의 과정이 전체적으로 아름다운 구조를 만들며 진행되었을 때의 만족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더 나아가 그 결과물이 여러 시간대와 국가를 넘나들며 만들어낸 인연을 생각하면 기적적으로 느껴지기도 하고요. 이번 책을 통해 차이밍량 감독님이 좋은 말씀을 해주셨듯, 그러한 경험을 통해 저희는 직접 대화를 하지 않아도 생각과 마음이 전달되고 공명을 불어 일으키는 장면을 목격합니다.


스튜디오 신신

신해옥와 신동혁이 함께하는 스튜디오 신신은 매체의 구조를 집요하게 탐구하는 디자인 방법론으로 그래픽 디자인을 깊이 있게 확장해 왔다. 이미지와 텍스트가 만나는 곳에서 재료들의 성질을 적재적소에 실험적 방식으로 구사하는 이들의 작업은 종종 그래픽 디자인의 전통적인 평면성을 3차원 공간으로 승화시킨다. 특히 종이, 인쇄 기법, 제본 방식, 후가공 등의 요소들을 해석해 한 권의 책으로 결합해 내는 이들의 솜씨는 독일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 국제 공모전에서 골든레터를 수상하며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신신의 작업 세계는 “구현의 단계에만 고립된 디자이너로서의 역할과 영역에 국한되지 않는, 이미지 생산자”(이미지, 「그러나 오히려 하나의 장소로서」)라 할 수 있다. (출처: 세마 코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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