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색의 린> Colorful Lin
이원우/한국/2024년/80분/코리안시네마
인류의 역사는 말과 함께 시작했다. 이 말(言)은 시간을 관통하는 구술사면서, 동시에 공간을 횡단하는 말(馬)이다. 이원우 감독은 2010년 청계천에서 관광 마차를 모는 말 ‘깜상’을 발견한다. 차안대를 쓰고 굴레를 맨 깜상은 분주한 도시에 머물기 위해서 3일을 내내 굶어야 했다. 말없이 노동해야만 하는 말. ‘말의 역설’은 이 영화가 품은 수많은 질문의 시발점이다. 탈 것으로의 말은 이동권을, 운송수단인 말은 노동을, 사유재산인 말은 자본을, 무기로서의 말은 폭력의 역사를, 유기체인 말은 자연을 이야기한다. 영화는 두꺼운 네 다리로 세계 곳곳을 누볐던 말들에 관한 기록들을 인용하여 출산과 도축을 반복하는 공장형 사육, 인종차별과 여성혐오로 얼룩진 역사, 장애인의 이동권 투쟁이라는 작금의 현실에 도착한다. 영화의 제목인 <오색의 린>은 동양의 전설 속에 등장하는 기린을 의미한다. 용의 머리와 사슴의 몸을 지니고 소의 꼬리와 말의 발굽을 가진 이 생명체는 신령한 짐승으로 지면을 기는 벌레 한 마리도 해하지 않는 가장 성스러운 덕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이원우 감독은 인간에 의해 자본과 폭력의 역사를 운반할 수밖에 없던 말의 발굽에서 기린의 신령함이 깃들기를 염원한다. “아무것도 착취하지 않으면서 공존을 모색하는 삶”. <오색의 린>의 주제 의식을 관통하는 감독의 한마디는 인간이 말의 발을 빌렸던 시대와 작별을 고하고, 말발굽이 내딛던 지면으로 시선을 내려 말의 시간과 여정을 살기를 택한다.
상영 정보
5월 7일/21:00/CGV 전주고사 6관
5월 8일/10:00/ 메가박스 전주객사 3관
[글 최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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