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리에 있는 건 없다
1978년, 폭력이 아닌 정치로 좌파 혁명을 실현할 수 있다고 믿었던 다섯 명의 좌파 청년들이 한집에 모여 자신들이 발행하던 잡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그날 밤 벌어진 예기치 못한 사건은 1980년 터키 쿠데타 직전의 정치적 혼란을 드러낸다.
베를린국제영화제의 단골 초청 감독인 튀르키예의 부라크 체빅 감독의 신작으로, 1978년에 일어났던 터키의 비극적인 정치학살에 관한 작품이다. 영화는 사회주의 혁명을 믿는 다섯 명의 좌익 청년 그룹이 열띤 토론과 이들의 간단한 생일 파티로부터 시작된다. 한밤중에 다섯 멤버 중 한 명이 담배를 사러 나가고, 마침 들이닥친 두 명의 극우파 청년은 남은 네 명을 살해하는 데까지 이른다. 부라크 체빅 감독은 1980년 쿠데타 이전의 터키 정치 상황에 대해 2년의 시간을 들여 준비하여 이 작품을 완성할 수 있었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 자신의 신념이나 믿음 때문에 과연 다른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도 되는지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두 명의 극우파 청년이 좌익 청년들의 아지트에 들이닥치는 롱테이크 씬과 TV 화면 속, 뉴스를 진행하는 아나운서 얼굴의 클로즈업으로부터 방송이 끝날 때 나오는 국기 게양식과 국가 연주는 우리의 과거도 돌아보게 하는 인상적인 장면이다. (문성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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