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이여, 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가!
초호화 유람선이 바다를 항해하고 있다. 이 유람선은 승객들을 가득 싣고서 알제리, 하이파, 바르셀로나, 나폴리, 그리스, 팔레스타인, 이집트, 오데사 등 유럽 전역을 거쳐 가는 중이다.
긴 역사가 흐르는 동안 유럽은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겪으며 지금의 자유를 되찾았지만, 이로 인해 버려진 아프리카와 팔레스타인의 아픔은 고스란히 남겨둔 채, 추락의 함정 속에 빠져버린 지금의 유럽은 몰락을 향해 항해 중이다. 유람선 속 승객들은, 이렇게 뒤틀려져 버린 유럽의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속내를 가감 없이 자유롭게 털어놓기 시작한다.
알제리, 하이파, 바르셀로나, 나폴리, 그리스, 팔레스타인, 이집트, 오데사 등을 유람선으로 항해하는 <필름 소셜리즘>의 전반부는 장 다니엘 폴레와 필립 솔레르스의 영화 <지중해>의 직접 인용이면서, 「지중해」를 쓴 페르낭 브로델을 계승하는 여정이다. 브로델이 자본주의 문명 발전의 동인을 신대륙 금과 은의 수탈에서 비롯된 화폐에서 찾듯, 고다르는 공공재로 기능해야 마땅할 돈 때문에 "서로 눈을 바라보고 이야기하지 못하"는 작금의 현실을 증오한다.‘ 유로’로 화폐를 통합한 뒤 온갖 문제들이 터져 나오는 유럽이 바로 고다르의 근심이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겪으며 자유를 되찾은 유럽. 그러나 고다르가 보기에, 아프리카와 팔레스타인을 버린 원죄로 말미암아 유럽은 고통 속에 썩어 문드러져 가며 모욕당할 수밖에 없다. 고다르는 가엾은 유럽이 다시 행복해지는 것을 보기 전엔 눈 감을 수 없다며 처연하게 서원한다. 그의 유럽은 에이젠슈타인의 오데사, 곧 러시아까지 포함한다. “이데올로기는 사람들을 나누지만 꿈은 우리를 이어 준다”, 잃어버린 지평선에의 꿈을 되찾기 위해,“ ‘나’대신‘우리’라고 칭할 줄 알아야 한다”고 영화는 말한다.「 잃어버린 환상」(발자크)을 읽고 혁명을 원하는 아이들과 어른들이 다투는‘성 가족’이 점유한 영화의 두 번째 단락이 지닌 활기는, 68년 전후의 고다르 영화를 떠올리게도 한다. <영화의 역사(들)> 이후 <필름 소셜리즘>에 이르기까지, 고다르는 과학적이면서도 파편적인 언어로, 격렬하면서도 조용한 이미지와 소리들의 길항 속에서 역사와 정치를 끊임없이, 아름답고 슬프게 뒤튼다. (신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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