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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매거진』 종말의 시작 〈양심수 무스타파〉 이반 팀첸코 감독
2024-05-04 17:53:00Hits 952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

악에 대한 선의 영원한 투쟁이 다시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실제 사건을 그 시작으로 한다. 리얼리즘과 서정성이 독특하게 뒤섞인 영화에서 감독은 러시아와 러시아의 정치적 결정에 끊임없이 고통받는 타타르 민족의 고난을 그린다.

먼저 역사 이야기를 해보자. 줄거리를 너무 많이 공개하지 않는 선에서 영화의 배경이 되는 정치적·지리적 맥락을 조금 알려줄 수 있나?

몇 가지 중요한 점만 간략하게 말해보겠다. 20세기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영토를 점령했다. 소비에트 연방은 아름다운 이름이었지만 실상은 달랐다. 그곳에는 사회주의 대신 공포가 활개를 치고 있었고 연합 대신 러시아화가 이루어졌다. ‘국가의 감옥화’가 비공식적이지만 보다 정확한 명칭이라고 할 수 있다. 소련 정부가 저지른 범죄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이야기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나는 딱 한 가지, 크림반도의 원주민들인 크림인(크림 타타르인)의 추방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자 한다. 그 사건은 하룻밤 사이에 일어났다. 러시아 군인이 총구를 겨누고 있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15분 안에 짐을 쌌다. 남녀노소 수천 명이 화물차에 빽빽이 실린 채 전국 각지로 보내졌다. 많은 사람들이 도중에 죽었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처음부터 다시 삶을 일구기 시작했다. 그렇게 강제 추방이 이루어지던 당시, 우리 영화의 영웅, 무스타파 제밀레우는 한 살도 채 되지 않았다. 무스타파는 그렇게 갓난아기일 때 첫 번째 추방을 겪었고, 스물셋에 처음 투옥됐으며, 옥살이는 그 후에도 이어졌다. 무스타파는 정치적 견해 때문에 옥살이와 유배 생활로 15년 이상을 보냈다. 하지만 체제는 그를 무너뜨리지 못했다. 게다가 무스타파는 크림반도를 넘어서 저항의 상징이 되었다. 1975년 무스타파는 303일 동안 이어진 단식 투쟁을 시작했다. 전 세계 라디오 방송은 무스타파의 건강 상태를 매일 보도했다. 1980년대에 무스타파는 미래의 아내 사피나르를 만났고 곧이어 아들이 태어났다. 1990년대 소련이 붕괴되면서 오랫동안 크림반도 사람들이 꿈꾸었던 귀환이 실현되기 시작했다. 수천 명의 가족들이 크림반도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 2013년 무스타파는 은퇴하고 손자 손녀들과 시간을 보낼 계획이었다. 하지만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합병한 후 무스타파의 크림반도 입국이 금지되었다.

영화 속 이야기의 스케일이 어마어마하다. 등장인물도 많고 여러 나라와 시대를 배경으로 삼고 있다. 개인적인 이야기와 역사적 사실을 결합한 동시에 정치 스릴러와 드라마 장르까지 버무려 넣은 촘촘한 플롯을 완성하기 위해 시나리오 작가와는 어떻게 작업했나?

영화는 크림반도의 점령과 그에 따른 거짓 선동이 도화선이 되어 만들어졌다. 많은 사람들이 그 상황을 이해하든 못하든지 간에 러시아의 프로파간다를 반복했다. 그래서 우리는 진실을 보여줄 수 있는 이야기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이야기를 찾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무스타파 제밀레우의 인생 스토리는 많은 것을 담고 있었다. 원래는 역사적 내용이 담긴 전형적인 전기영화를 만들 생각이었다. 그런데 자료를 모으고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우리는 무스타파와 사피나르의 만남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를 우연히 알게 됐다. 일반적인 이야기와는 다르게 아주 매혹적이었다. 우리는 여기에 푹 빠져들었고, 그때 우리가 그 이야기로 영화를 만들고 싶어한다는 걸 알았다. 문제는 우리 영웅들이 공적인 삶은 공개한 반면 가족사는 노출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이야기를 하나하나 맞춰 나가야 했다. 영화의 장르로 말하자면 정치 스릴러의 반전이 가미된 로맨스 드라마로 볼 수 있다. 소련에서 사는 건 힘든 일이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런 이야기가 생겨날 수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놀랍다.

줄거리는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영화는 매우 중요한 장면과 시퀀스를 꿈이나 환상처럼 펼쳐 놓는다. 어떻게 이런 결정을 하게 됐나?

우리는 이 영화를 꽤 오랫동안 작업했다. 솔직히 말해서 몇몇 세부 사항들은 잊어버리기 시작했을 정도다. 하지만 허구로 만들어진 영화에 영화감독의 관점을 담는다는 건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꿈과 환상을 통해 우리는 등장인물들의 내면으로 들어가 그들의 두려움과 꿈을 탐구한다. 그리고 우리 영웅들의 인생사를 들여다보면 그들의 여정에 운명이 작용한 것처럼 느껴진다.

이 영화는 규모가 대단한 프로덕션 같다. 여러 나라의 합작으로 만들어지기도 했고. 몇 개국이 제작에 참여했으며 이들 국가 사이는 어떻게 조율했는지, 각 국가별로 어떤 부분에 기여했는지 등이 궁금하다.

(이 질문은 프로듀서인 스비틀라나 솔로비요바에게 답변을 요청했다.) 우리는 처음부터 이 영화를 국제 공동 제작으로 만들 생각이었다. 핵심 아이디어는 ‘다른 시각으로’ 주제를 보는 것이었다. 대본 작업은 2016년, 촬영은 2021년에 시작했다. 우크라이나 문화재단이 첫 주자로 제작지원을 했고 그다음에 우크라이나 필름 에이전시가 합류했다. 촬영은 우크라이나에서 이루어졌다. 무스타파가 유배된 지랸카 정착지처럼 일부 로케이션은 독특했다. 우크라이나에는 그런 건축물이 거의 없기에 모든 걸 다 만들었다. 이것과는 별개로, 진짜 문제는 첫 장면 촬영이었다. 대본에 따르면 사건은 크림반도에서 벌어지는데, 알다시피 크림반도에서의 촬영은 불가능했다. 2022년에는 체코 쪽 파트너가 프로젝트에 합류했고 나중에 슬로바키아와 스웨덴 쪽 파트너가 합류했다. 조금 더 자세히 말하자면 체코 파트너인 알주베타 야나치코바와 체코영화센터의 참여로 프로젝트가 부활할 수 있었다. 전쟁이 시작된 후 우리는 혼란에 빠졌다. 새로운 인물들이 프로젝트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포스트 프로덕션 작업도 파트너들과 나눠서 했다. 대부분의 작업은 체코 측이 맡았고, 특히 뛰어난 사운드를 제공한 비프 스튜디오에 감사한다. 미야케 준의 멋진 음악도 마찬가지. 음악은 우리 영화의 보석 중 하나이다.

개인적인 생각일 수도 있지만 무스타파 제밀레우를 연기한 배우는 안드레이 타르콥스키를, 악역인 에호르 샬란딘은 푸틴과 닮아 보였다. 캐스팅과 배우들과의 작업에 대해 말해달라.

타르콥스키가 무스타파 제밀레우와 몇 가지 비슷한 점을 갖고 있어서인 것 같다. 영화에서 샬란딘(주요 악역)은 단순히 검사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목표를 위해서라면 무자비하고 잔인하기 이를 데 없는 체제를 대변한다. 주인공들에 관해서 말하자면, 첫눈에 반했다. 물론 내 쪽에서 그들에게 첫눈에 반했다는 말이다. 보리스(무스타파 역)와 흐리스티나(사피나르 역)를 처음 만난 순간, 우리는 딱 맞는 배우를 찾았다는 걸 바로 알 수 있었다. 재미있는 얘기를 했음에도 오디션에서 약간 과장된 연기를 했고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생각한 보리스는 일어나서 인사를 하고는 오디션장을 박차고 나가 버렸다. 어쩌면 이런 솔직함에 내가 감동받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보리스와 흐리스티나는 촬영장에 배우로서 함께 있을 때 아주 자연스러웠다. 바실 쿠하르스키(콜랴 역)의 죽음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지난해 작전에 참여했다가 사망했다. 우리는 바실 쿠하르스키가 부상을 당하기 전날 만났었다. 그는 영화를 볼 기회를 영영 갖지 못했다.

우크라이나 영화가 여러 영화제에서 계속 선보이고 있다. 러시아의 공격이 시작된 이래 우크라이나의 영화 상황은 어떠한가?

영화제에서 소개되는 대부분의 장편영화는 전쟁 전에 촬영된 것이다. 다큐멘터리 상황은 조금 다르다. 올해 오스카상이 이를 증명한다. 많은 영화인들이 군대에 갔고 일부는 조국을 떠났으며 일부는 사망했다. 전쟁 말고 다른 것을 생각하기란 어렵다. 다른 한편으로는 진행 중인 전쟁에 관한 영화를 찍는 것은 더 어렵다. 사실 굉장히 슬픈 상황이다. 나는 영화가 수천 명의 정치인이나 외교관보다 우리의 상황을 기록하고 알리는 데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는 영화라는 수단을 온전히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영화는 알베르 카뮈의 『시지프 신화』에서 가져온 긴 인용문으로 시작된다. 얼마 전 푸틴이 러시아 선거에서 다시 한번 높은 득표율로 재당선됐다. 이는 카뮈를 인용한 당신의 선택이 얼마나 적절했는지를 보여준다. 여기에 대해 할 말이 있는지?

그것을 ‘선거’라고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미안하지만 『시지프 신화』에 관해서는 가급적 영화를 끝까지 보라고만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 크레디트가 올라간 후에 나오는 촬영 후기 영상을 꼭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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