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인 여공의 노래
일제강점기,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바다 건너 오사카의 방적공장에서 일해야 했던 조선인 여공 22명의 증언과 차별과 폭력 속에서도 승리했던 그들의 삶의 노래.
<조선인 여공의 노래>를 보는 마음은 애달프다. 일제 시대 당시, 먹고 살기 위해서 또는 일본인 모집인에 속아서 일본 오사카 방적공장에서 취업했던 소녀 22명의 증언을 담은 이 다큐멘터리에는 고난과 차별과 학대의 역사가 서려 있다. 이 영화는 이 소녀들의 증언을 ‘호루몬’(ホルモン), ‘소녀들', ‘조선의 돼지들', ‘붉은 벽돌 담장' 같은 소주제로 엮어 들려준다. 막연하게나마 그들이 고생했을 것이라 예상했음에도, 세세하고 구체적인 증언을 듣노라면 민족적 차별과 젠더적 차별이라는 이중의 고통을 겪었던 어린 소녀들의 처지가 가엾게 느껴진다. 12살 나이에도 밤을 새워가며 실을 지었고, 먹을 게 없어 소, 돼지 내장을 구워 먹었으며, 돼지라 불리며 무시당했고, 공장 바깥으로 나가지도 못했던, 그리고 성폭력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었던 삶은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녀들은 스스로 한글을 익혀 편지를 쓰고 읽었고 부당한 처우에 항의해 대규모 쟁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결국 조선인 여공들의 삶은 피해의 역사만이 아니라 당당한 역사이기도 했다. 강하나 등 재일 교포 배우들이 소녀들의 증언을 대신 읽고 삶을 재연해 생생함을 보탠다. 월드시네마 부문에서 상영하는 김성웅 감독의 <아리랑 랩소디>나 일제시대 영등포에서 일하던 여성들을 다루는 <여공의 밤>(2023) 같은 다큐멘터리와 비교하며 봐도 의미 있을 것이다. (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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